우리 집에는 질투쟁이가 있다. 우리 집에는 강아지가 셋 이다. 루팡, 팅키, 그리고 리치가 그들이다. 서열 1위는 루팡이다. 덩치는 작지만 권위가 있다. 팅키는 서열 2위다. 리치는 막내다. 덩치는 리치가 둘 보다는 크다. 모두가 귀엽다. 하지만 나는 팅키를 제일 좋아한다. 은근히 편애한다. 팅키도 그걸 안다. 그래서 가끔은 문제가 생긴다.

팅키는 질투쟁이다
팅키는 질투가 심하다. 나의 관심은 오직 자기 것이어야 한다. 루팡이나 리치가 내 옆에 오는 것을 참지 못한다. 특히 내가 먼저 다른 녀석을 안아주면, 팅키는 바로 삐친다. 삐지는 방식은 독특하다. 소리를 지르거나 떼를 쓰지 않는다.
사건은 주로 내 서재에서 일어난다. 가끔 루팡이나 리치가 서재로 들어온다. 그리고는 서재에서 엎드려 잠을 잘 때도 있다. 그러다 루팡이 깬다. 내게 다가와 간식을 달라고 조른다. 나는 웃으며 루팡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루팡의 부드러운 털을 만진다. 그때다.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면 열려 있는 출입문 입구에 팅키가 서 있다. 나를 빤히 쳐다 본다. 표정이 없다.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는 얼굴이다. 그게 팅키의 무서운 점이다. 차라리 짖으면 좋겠다. 그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눈동자에 내가 비친다. 팅키의 표정은 “지금 뭐 해?” “나 말고 쟤를 만져?” “내가 팅키인데?” 이렇게 나에게 묻는 듯 하다.
나는 루팡을 쓰다듬던 손을 멈춘다. “팅키야.”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른다. 당연히 팅키는 대답하지 않는다. 내가 팅키를 바라보면 팅키는 시선을 피한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다. 나를 외면한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거실 쪽을 바라본다. “팅키, 이리 와.” 불러도 오지 않는다. 그의 상한 마음이 보인다.

나는 루팡을 바닥에 내려놓는다. 루팡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러난다. 나는 팅키를 향해 두 팔을 벌린다. “팅키, 안아줄게. 이리 와.” 팅키는 잠시 망설인다. 그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게 걸어온다. 마지못해 온다는 표정이다. 하지만 꼬리는 살짝 흔들리고 있다. 내가 팅키를 번쩍 안아 올린다.
팅키는 내 품에 안기자마자 루팡을 쳐다본다. 그리고 짖기 시작한다. “캉! 캉! 캉!” 아주 앙칼지고 표독스럽다. 조그만 녀석의 표정도 무섭다. “봤지? 여긴 내 자리야!” “까불지 마!” 그런 뜻이 분명하다. 루팡은 그저 표정의 변화 없이, 물끄러미 리치를 바라본다. 그리고 나서야 팅키는 편안해진다. 내 품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잡는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나는 그런 팅키가 너무 귀여워서 웃는다. 이 질투쟁이를 어쩌면 좋을까.
소파에 앉아 쉴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TV를 보고 있다. 막내 리치가 소파 위로 뛰어오른다. 내 옆에 자리를 잡고 눕는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리치의 등을 쓰다듬는다. 리치는 기분이 좋은지 눈을 지그시 감는다. 평화로운 순간이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또다시 한 녀석의 시선이 느껴진다. 이번에는 아래쪽이다. 소파 바로 아래 팅키가 앉아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이번에도 무 표정이다. 두 눈은 리치에게 고정되어 있다. 내가 리치를 만지는 손을 뚫어져라 본다. “팅키야, 너도 올라올래?” 팅키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눈만 깜빡일 뿐이다. 삐침의 강도가 만만치 않다.
나는 리치를 안아서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는다. 리치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다. “아빠, 왜요?” 그런 눈으로 나를 본다. 나는 소파 위 내 옆자리를 툭툭 친다. “팅키, 이리 와, 여기.” 팅키는 바로 오지 않는다. 전혀 급하지 않다는 태도다. 네가 오라고 해서 가는 게 아니야. 내가 마침 올라가고 싶었어. 그런 느낌이다.
팅키는 소파로 점프해 올라온다 . 하지만 내 옆으로 오지 않는다. 소파 반대쪽 끝에 털썩 앉는다. 여전히 삐쳐있다. 나는 팅키를 내 옆으로 당긴다. “아이구, 우리 팅키 삐졌구나.” 팅키를 끌어안는다. 그러자 팅키는 리치를 향해 캉캉캉 짓는다. 표정이 대단하다. 표독스럽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 못이기는 척 하며 안긴다. “팅키야, 아빠는 팅키가 제일 좋아.”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간식 시간은 전쟁이다. 내가 간식 통을 들면 셋이 동시에 달려온다. 루팡은 내 바로 앞에 선다. 리치는 내 다리 사이를 빙빙 돈다. 팅키는 루팡의 반 보 뒤에 선다. 서열 2위의 자존심이다. 나는 서열대로 간식을 준다. “루팡?” 루팡이 받아먹는다. “팅키?” 팅키가 받아먹는다. “리치?” 리치가 받아먹는다.
우리 집에는 순서가 중요하다
이처럼 순서가 중요하다. 가끔 내가 실수할 때가 있다. 루팡에게 하나를 준다. 그리고 리치의 애교에 넘어가 리치에게 먼저 준다. 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는다. 팅키는 그 자리에 굳어버린다. 간식을 기다리던 초롱 초롱한 눈빛이 사라진다. 나는 아차 싶다. “팅키야, 미안! 여기.” 간식을 내밀어도 팅키는 보지 않는다. 아니, 못 본 척한다. 마지막에 팅키를 주면, 받아 먹기는 한다. 그러나 표정은 나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잠자리에 들 때도 마찬가지다. 루팡은 침대 발치에서 잔다. 리치는 아내 옆구리에 붙어 잔다. 팅키는 내 베개 옆에서 잔다.
그의 지정석이다. 내가 잠결에 뒤척이다 팅키를 안고 잘 때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팅키는 내 몸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는 얼굴을 마구 핥는다. 일어나지 않고는 못 견딘다. “팅키야, 좋은 아침!” 팅키는 대답 대신 내 코를 핥는다.
팅키는 공식 서열 2위다. 하지만 내 마음속 서열은 당연히 1위다. 팅키도 그걸 안다. 그래서 매일 싸운다. 그의 상대는 루팡도, 리치도 아니다. 오직 나의 관심, 그 것 뿐이다. 이 앙칼진 질투쟁이가 나는 너무 좋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루팡과 리치의 눈치를 보며, 팅키를 한 번 더 안아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