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매일 무거운 바위를 밀어 올리는가?
우리는 모두 현대의 시지프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반복되는 일과를 시작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책임과 과제를 다시 떠안습니다. 그래서 <시지프 신화>는 먼 고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시지프 신화와 행복은 어떤 관련성이 있을까요?
매일 아침 같은 지하철을 타고 끝없는 프로젝트와 업무를 마주하는 직장인들을 보세요. 끝없는 헌신에도 결과를 보장 받을 수 없지만 다시 아이를 안아주고 밥을 차리는 부모들, 스펙을 쌓아도 미래가 막막하지만 다시 책을 펴고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쩌면 시지프보다 더 무거운 바위를 매일 밀어 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열심히 살아도 달라지는 건 없다. 우리는 가끔 이런 막막한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매일 같은 길을 걷고, 같은 일을 반복하며 문득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나는 지금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지?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의 모습
프랑스의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에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의 삶 자체가 부조리하다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하지만 카뮈에게 진짜 중요했던 것은 부조리한 현실 그 자체가 아니라, 그렇다면 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실존의 문제였습니다. 카뮈는 세상의 모순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랐지만,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태양의 아들, 알베르 카뮈의 삶
카뮈는 1913년 프랑스령 알제리의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글을 읽지 못하는 어머니 밑에서 결핍과 함께 자랐습니다. 스무 살 무렵에는 지독한 폐결핵 진단을 받아 평생 죽음의 그림자를 곁에 두어야 했습니다. 전쟁과 부조리, 억압과 불평등은 그의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뜨거운 태양과 푸른 바다를 사랑했습니다. 훗날 카뮈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가난이 내게는 불행이 아니었다. 빛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축구팀의 골키퍼로서 패배를 온몸으로 막아내며 책임감과 연대를 배웠던 그는, 책상이 아닌 가난한 골목과 뜨거운 축구장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싹틔웠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삶과 글
1. 부조리의 발견과 반항 (이방인과 시지프 신화)
인간은 누구나 행복과 의미를 갈망하지만, 세상은 냉혹한 우연과 죽음으로 가득합니다. 카뮈는 이 거대한 균열을 부조리(Absurd)라 불렀습니다. 이러한 철학을 문학으로 담아낸 것이 1942년에 발표된 소설 <이방인>과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입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사회가 강요하는 감정의 연기를 거부하다 세상의 이방인이 되어버립니다. 카뮈는 뫼르소를 통해 진실하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를 묻습니다. 동시에 <시지프 신화>에서는 신에게 벌을 받아 영원히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시지프(Sisyphe)를 등장시킵니다. 바위는 정상에 닿자마자 다시 굴러 떨어지고, 그의 노동은 무의미해 보입니다. 하지만 카뮈는 시지프가 자신의 운명을 직시하고 묵묵히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그 순간, 신보다 우월해진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부조리에 대한 카뮈의 첫 번째 대답인 반항입니다.
2. 거대한 악에 맞서는 연대 (페스트)
2차 대전이 터지자 카뮈는 레지스탕스에 합류해 지하 신문 <콩바>를 만들며 나치에 맞섰습니다. 이 경험은 두 번째 걸작 <페스트, 1947>로 이어집니다. 페스트(흑사병)라는 거대한 재앙이자 악의 상징 앞에서, 의사 리유와 사람들은 절망하지 않고 묵묵히 환자를 돌봅니다. 카뮈는 부조리한 재앙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저항하는 연대임을 역설합니다.
3. 현대의 시지프가 선택하는 삶
시지프는 패배자가 아니다. 그는 영웅이며,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카뮈의 이런 선언은 삶의 무의미함을 깨달았을 때 우리가 쥐어야 할 해답입니다. 포기는 부조리한 세계에 굴복하는 것입니다. 진짜 인간은 부조리를 껴안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창조해 냅니다.
많은 사람이 행복을 성취의 결과로 여깁니다. 목표를 이루어야만 행복해진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카뮈는 다르게 보았습니다. 행복은 세상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과정에 있습니다. 이는 현대 긍정 심리학의 핵심인 행복은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라는 통찰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시지프는 정상에 도달하지 못하지만, 바위를 밀어 올리며 자기 자신과 화해합니다. 상상해야 한다. 시지프는 행복하다고. 이 말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 현실을 긍정하는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찬사입니다.
우리는 모두 현대의 시지프다
<시지프 신화>는 고대 신화가 아닌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매일 아침에 같은 지하철을 타고, 끝없는 프로젝트와 업무를 마주하는 직장인들, 끝없는 헌신에도 결과를 보장 받을 수 없지만 다시 아이를 안아주고 밥을 차리는 부모들, 스펙을 쌓아도 미래가 막막하지만 다시 책을 펴고 창업을 시도하는 청년들을 보세요. 우리는 어쩌면 시지프보다 더 무거운 바위를 매일 밀어 올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현대의 시지프인 우리는 바위가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동료의 위로와 일상의 작은 행복을 힘 삼아 다시 하루를 시작합니다.결국 현대의 시지프에게 필요한 것은 대단한 성공이 아니라, 오늘의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릴 수 있게 하는 의지가 아닐까요?

반복되는 하루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가 다시 일어나 변함없이 하루를 시작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바위를 밀어 올리는 고단한 순간에도, 우리는 동료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일상은 늘 마음 같지 않고 때론 버겁지만, 그 안에는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가 주는 소소하고 부드러운 행복이 숨 쉬고 있습니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바위를 밀어 올릴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는 오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작은 꿈과 사랑, 믿음과 위로 만으로 세상이 달라지진 않겠지만, 우리가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며 미소 지을 이유는 충분합니다. 시지프 신화가 행복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