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나르시시즘(자기애적) 성향이 세계 53개국 가운데 상위권이라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특히 자신을 적극적으로 과시하는 성향보다 타인의 비판과 경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는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조선은 2026년 7월 28일 최지우 기자의 기사 「전 세계 나르시시즘 순위 밝혀졌다… 우리나라 몇 위?」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립대학교 연구팀의 국제 비교 연구를 보도했다. 연구팀은 53개국 성인 약 4만 5,800명의 설문 자료를 분석했으며, 결과는 국제 학술지 <Self and Identity>에 발표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자기애 성향의 국가 별 평균 점수가 높은 5개국은 독일, 이라크, 중국, 네팔, 한국 순이었다. 한국은 전체 순위에서 5위였으며, 자기애의 하위 유형 가운데 자기애적 경쟁에서는 독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전체 자기애 점수가 낮은 국가로는 세르비아, 아일랜드,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가 제시됐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두고 ‘한국인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이기적이다’ 또는 ‘한국인 대부분이 나르시시스트다’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연구에서 측정한 것은 정신 의학적 진단인 자기애성 인격 장애의 유병률이 아니라, 일반인이 설문 문항에 응답한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한 자기애적 성향의 국가 별 평균이다. 한 국가 안에서도 개인 차가 매우 크며, 국가 간 평균 차이가 모든 국민의 성격을 대표하지도 않는다.
나르시시즘의 두 얼굴, 찬양과 경쟁
연구팀은 자기애적 성향을 ‘자기애적 찬양’과 ‘자기애적 경쟁’이라는 두 방향으로 나눠 분석했다.
자기애적 찬양은 자신의 장점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방식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내 능력을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자신감 있게 말하거나 주목 받으려는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는 자신감, 적극성, 리더십, 성취 동기와 연결될 수 있지만, 지나치면 과장된 자기 과시나 인정 욕구로 이어질 수 있다.

자기애적 경쟁은 자신을 높이기 위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비판과 실패를 자신의 지위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다른 사람의 성공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자신을 낮게 평가하는 사람에게 방어적·적대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여기에 포함된다. 쉽게 말하면 찬양형이 ‘내가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라면, 경쟁형은 ‘내가 뒤처지거나 무시 당해서는 안 된다’는 방어 전략에 가깝다.
한국은 자기애적 찬양의 상위 5개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자기애적 경쟁에서는 2위였다. 이는 한국인의 평균적 자기애가 노골적인 자기 과시보다 비교, 평가, 체면, 서열과 관련된 방어적 방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대인 관계에서는 경쟁형 자기애가 더욱 큰 부담
두 종류의 자기애는 대인 관계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
자기애적 찬양 성향이 있는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 자신감 있고 적극적이며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고 성취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사회 생활에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칭찬과 관심을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자신의 공로를 과장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다.

자기애적 경쟁은 관계 갈등과 더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비판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거나, 의견 차이를 승패의 문제로 해석하고, 다른 사람의 가치를 낮춰 자신의 위치를 지키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립대가 5000쌍 이상의 부부를 최대 6년 간 추적한 별도의 연구에서도 자기애적 경쟁은 본인과 상대방 모두의 낮은 관계 만족도와 일관되게 관련됐다. 반면 자기애적 찬양은 관계 만족도에 뚜렷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직장과 학교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적절한 자신감과 자기 표현은 발표, 협상, 도전적인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모든 상황을 지위 경쟁으로 해석하면 동료의 조언을 공격으로 받아들이거나, 실수를 인정하지 못하고 책임을 전가 하거나, 다른 사람의 성과를 평가 절하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협력과 신뢰가 약해지고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전 감도 낮아질 수 있다.
행복을 결정하는 것은 ‘안정된 자존감’
자기애적 성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불행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가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되느냐에 있다.
자기애적 찬양은 자신감, 긍정적 정서, 적극성과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복이 칭찬, 성과, 인기와 같은 외부 인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기대한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 만족감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자기애적 경쟁이 강한 사람은 타인의 평가와 비교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 자신보다 앞선 사람을 만났을 때 자존감이 흔들리고, 비판이나 실패를 성장의 정보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이 경우 좋은 성과를 거두더라도 더 높은 위치의 사람을 계속 의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만족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웰빙에 도움이 되는 것은 자신을 무조건 특별하다고 믿는 태도보다는 장점과 한계를 함께 받아들이는 안정된 자아 존중감이다. 실수를 인정해도 자신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느끼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자신의 실패로 해석하지 않는 태도가 관계와 행복을 지키는 데 중요하다.
한국의 순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연구진은 자기애가 개인주의 문화에서만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기존 예상과 달리, 일부 집단 주의 문화권에서도 높은 평균 점수가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집단 주의 문화에서는 개인이 독립된 존재로 평가되기보다 가족, 학교, 직장과 같은 집단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지가 중요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체면, 평판, 소속 집단의 기대, 또래와의 비교, 사회적 위계에 대한 민감성이 커질 수 있다. 개인의 성공이 가족이나 조직의 명예와 연결되고, 실패 역시 개인만 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평가와 연결되면 자신의 위치를 방어하려는 심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사회의 높은 교육 경쟁, 취업 경쟁,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 연령과 직급에 따른 위계, 외모·학력·직업·주거 수준 등을 통한 비교도 자기애적 경쟁 성향을 이해하는 하나의 사회 문화적 배경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온라인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성취가 끊임없이 노출되고, 수치화 된 반응과 평가가 일상화 된 환경 역시 비교와 인정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 만으로 한국의 순위가 높은 원인을 입시 경쟁이나 집단 주의 같은 특정 요인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는 국가 수준의 문화 지표와 개인의 설문 응답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 관찰 연구다. 따라서 특정 문화가 자기애를 직접 일으켰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국가의 경제 수준도 함께 살펴봤다. 분석 결과 국내 총생산이 높은 국가의 응답자들이 대체로 더 높은 자기애 점수를 보였고, 특히 자기애적 찬양과의 관련성이 나타났다. 경제적 기회가 많고 개인의 성취와 지위를 드러낼 수 있는 환경에서는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제시하려는 성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나르시시스트 상위권 국가들의 공통점은 복합적이다
전체 자기애 상위권에는 독일, 이라크, 중국, 네팔, 한국이 포함됐다. 이런 국가들은 경제 수준, 종교, 정치 제도, 역사적 경험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된 국민성으로 묶기는 어렵다.
다만 사회적 지위와 위계가 개인의 정체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거나, 교육·직업·가족의 명예를 둘러싼 경쟁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은 일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급격한 경제·사회 변화,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 불안정한 사회적 지위 역시 비교와 자기 방어를 강화하는 조건이 될 수 있다.

독일이 전체 자기애와 자기애적 경쟁에서 모두 가장 높은 평균을 기록한 반면, 이라크·중국·네팔은 자기애적 찬양에서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한국은 찬양보다 경쟁 유형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전체 점수가 비슷한 국가라도 자기애가 표현되는 방식과 사회 문화적 배경은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상위 국가들은 모두 집단 주의 국가 또는 경쟁이 심한 국가는 모두 자기애가 높다는 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 독일처럼 비교적 개인 주의 적인 국가도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는 개인주의와 집단 주의라는 한 가지 기준 만으로 자기애의 국가 차이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본이 순위에 없었던 이유는
일본이 조사에서 제외됐거나 순위 자체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일본도 연구 대상 53개국에 포함됐다. 다만 언론 보도에서 제시한 전체 자기애, 자기애적 찬양, 자기애적 경쟁의 상위 5개국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일본에 자기애적 성향이 없거나 한국보다 사회적 비교가 약하다고 결론 내릴 수 없다. 국가 별 점수에는 실제 성향 뿐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겸손을 중시하는 규범, 설문 문장의 번역, 극단적인 답변을 피하는 응답 습관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일본 문화에서는 자신의 장점이나 우월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규범이 상대적으로 강할 수 있다. 이런 문화적 자기 절제는 자기 보고 식 설문에서 점수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는 가능한 해석 가운데 하나 일 뿐이며, 이번 연구는 일본이 상위 5위에 들지 않은 구체적 원인을 별도로 검증하지 않았다.
또한 이번 연구가 주로 측정한 것은 과시와 경쟁을 중심으로 한 ‘과대형 자기애’의 두 측면이다. 불안, 수치심, 열등감과 함께 나타나는 취약형 자기애 까지 동일하게 평가한 연구는 아니다. 겉으로 자신을 낮추고 타인에게 순응하는 사람에게도 평가에 대한 과민성과 불안정한 자기 가치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공개적인 자기 과시 점수 만으로 한 사회의 모든 자기애적 특성을 판단할 수 없다.
나르시시스트는 젊은층·남성·높은 지위를 인식하는 사람에게서 더 높아
연구에서는 국가에 관계없이 비교적 일관된 인구학적 경향도 발견됐다. 젊은 층은 고령 층보다, 남성은 여성보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높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낮다고 인식하는 사람보다 자기애적 찬양과 경쟁 점수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젊은 성인기는 정체성을 형성하고 독립성과 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시기다. 자신을 알리고 자원을 확보하려는 동기가 강하기 때문에 자기애적 특성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관계 유지와 사회적 기여의 중요성이 커지고, 삶의 실패와 한계를 경험하면서 자기 평가가 현실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남성이 더 높은 점수를 보인 현상에 대해서는 남성에게 경쟁성, 지배력, 자신감과 같은 특성을 기대하는 사회화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제시됐다. 다만 이러한 평균적 성별 차이 역시 모든 남성과 여성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순위보다 중요한 질문은 ‘나는 평가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이번 연구의 핵심은 어느 나라가 더 좋은 국민성을 가졌는지 가려내는 연구가 아니다. 자기애적 성향이 특정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며, 문화와 연령, 성별, 사회적 지위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이 자기애적 경쟁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는 결과는 우리 사회가 타인의 평가, 체면, 서열과 비교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지를 돌아보게 한다. 비판을 받았을 때 곧바로 상대방을 공격하는지, 동료의 성공을 자신의 패배로 느끼는지, 잘못을 인정하면 지위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건강한 자기애는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가치 역시 인정하는 태도다. 자신감은 필요하지만 우월감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을 낮출 필요는 없다. 행복한 사회는 모든 사람이 경쟁에서 이기는 사회가 아니라, 실패하거나 뒤처진 순간에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관계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사회에 더 가깝다.
이규진인간이해연구소 웰빙 뉴스(2026.7.28)
출처
- 최지우, 「전 세계 ‘나르시시즘’ 순위 밝혀졌다… 우리나라 몇 위?」, 《헬스조선》, 2026년 7월 28일.
- Miscikowski, M. M., Weidmann, R., Konrath, S. H., & Chopik, W. J., “Cultural moderation of demographic differences in narcissism,” 《Self and Identity》, Vol. 25, No. 1, pp. 111–141, 온라인 공개 2025년 12월 4일, 2026년 발행. DOI: 10.1080/15298868.2025.2593298.
- Michigan State University, “Is narcissism a uniquely American trait? A new study suggests not,” MSUToday, 2025년 12월 9일.
- Michigan State University, “Study: Narcissism and relationship satisfaction more complex than expected,” MSUToday, 2026년 3월 31일.
※ 글은 헬스조선 보도를 출발점으로 원 학술 논문과 미시간주립대학교의 연구 소개 자료를 참고해 작성한 기사이다.




